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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갑상선호르몬(PTH) 수치가 낮을 때 골절 위험이 증가하는 이유: '침묵의 위험'

by 잡다톡 2025. 6. 18.

부갑상선호르몬(PTH) 수치가 낮을 때 골절 위험이 증가하는 이유

만성 신장 질환(CKD) 환자, 특히 투석 치료를 받는 환자들에게서 뼈 건강은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부갑상선호르몬(PTH)은 뼈 대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그 수치가 정상보다 낮을 때도 골절 위험이 증가한다는 사실은 다소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이는 PTH가 너무 높을 때 발생하는 이차성 부갑상선기능항진증(고회전성 골질환)과는 다른 기전을 통해 뼈를 취약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낮은 PTH 수치로 인한 골절 위험 증가는 주로 뼈 재형성 과정의 심각한 감소, 혈중 칼슘 농도 저하, 그리고 비타민 D 활성화 장애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합니다.

투석 환자에서 PTH 수치가 100 pg/mL 미만으로 낮아지는 것은 단순히 혈중 PTH 수치가 정상화되는 것을 넘어, 뼈 건강에 심각한 '숨겨진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저 PTH 상태는 뼈의 생리적 균형을 깨뜨려 골절 위험을 높이는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합니다.

1. 뼈 재형성 감소와 무형성골질환(Adynamic Bone Disease)

뼈는 단순히 고정된 구조물이 아니라, 오래된 뼈를 파괴하고 새로운 뼈를 생성하는 '재형성(remodeling)' 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보수하고 강화합니다. 이 과정은 PTH의 적절한 조절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 PTH의 필수 역할: PTH는 뼈 세포(골 형성 세포, 골 흡수 세포)의 활성을 조절하여 뼈의 재흡수와 형성이 균형을 이루도록 돕습니다. 정상적인 뼈 재형성은 일상적인 활동 중 발생하는 뼈의 미세 손상(micro-cracks)을 복구하고, 뼈의 밀도와 유연성을 유지하여 외부 충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합니다.
  • 저 PTH 상태의 문제: 그러나 PTH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지면, 뼈의 재흡수와 형성 과정이 모두 극도로 억제됩니다. 이러한 상태를 무형성골질환(Adynamic Bone Disease, ABD)이라고 합니다. 무형성골질환은 뼈의 대사가 거의 멈춘 상태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 골 강도 저하: 뼈 재형성이 정체되면, 뼈의 밀도 자체는 높게 유지될 수 있으나, 미세 손상이 복구되지 않고 축적됩니다. 이는 뼈의 내부 구조를 취약하게 만들고 유연성을 떨어뜨려 마치 '오래된 고무줄'처럼 쉽게 끊어지게 만듭니다. 결과적으로, 뼈의 밀도가 높더라도 실제 뼈의 강도와 외부 충격에 대한 저항력은 현저히 약해져 사소한 낙상이나 충격에도 골절이 발생할 위험이 크게 증가합니다.

2. 저칼슘혈증(Hypocalcemia)의 영향

PTH는 혈중 칼슘 농도를 정상 범위로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호르몬입니다. PTH가 부족하면 혈중 칼슘 농도가 낮아지는 저칼슘혈증(Hypocalcemia)이 발생하며, 이는 뼈 건강뿐만 아니라 전신적인 문제로 이어져 간접적으로 골절 위험을 높입니다.

  • 신경근육 이상: 칼슘은 신경 전달과 근육 수축에 필수적인 미네랄입니다. 저칼슘혈증이 발생하면 신경근육 과흥분성이 나타나 근육 경련, 감각 이상(손발 저림), 심하면 강직성 경련(테타니)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신경근육 이상은 환자의 보행 안정성을 저해하고 낙상 위험을 크게 증가시켜 골절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입니다.
  • 뼈 강도 약화: 장기적인 칼슘 부족은 뼈의 주요 구성 성분인 칼슘 공급을 제한하여 뼈 밀도 감소와 구조적 약화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는 무형성골질환과는 별개로 뼈 자체의 강도를 떨어뜨려 골절에 더욱 취약하게 만듭니다.

3. 비타민 D 활성화 장애

PTH는 신장에서 비활성형 비타민 D를 활성형 비타민 D (1,25-dihydroxyvitamin D)로 전환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활성 비타민 D는 장에서 칼슘 흡수를 촉진하고 뼈의 미네랄화에 필수적입니다.

  • PTH 부족 시 문제: PTH 수치가 낮아지면 신장에서의 비타민 D 활성화 과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는 투석 환자에서 이미 흔한 비타민 D 결핍을 더욱 심화시킵니다.
  • 칼슘 흡수 저하 및 뼈 미네랄화 결핍: 활성 비타민 D가 부족하면 장에서 칼슘 흡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혈중 칼슘 부족이 심화되고, 이는 뼈의 정상적인 미네랄화 과정을 방해합니다. 결과적으로 새로 생성되는 뼈가 제대로 단단해지지 못하는 골연화증(osteomalacia)과 유사한 상태가 되어 뼈가 물러지고 약해져 골절 위험이 증가합니다.

4. 임상적 증거

다양한 임상 연구들이 낮은 PTH 수치와 골절 위험 증가 사이의 연관성을 뒷받침합니다.

  • 높은 골절 위험: 투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PTH 수치가 100 pg/mL 미만인 경우 저회전성 골질환의 발생률이 유의미하게 높았으며, 이러한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고관절 골절 위험이 1.8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혈관 석회화와의 연관성: PTH가 너무 낮으면 뼈에 칼슘과 인이 제대로 흡수되지 못하고 혈액 내에 잔류하여 혈관에 침착되는 경향이 증가합니다. 혈관 석회화는 혈관 탄성을 감소시키고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데, 이는 투석 환자의 주요 사망 원인입니다. 혈관 건강 악화로 인한 전신적인 취약성은 간접적으로 낙상 및 골절 위험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5. 치료적 접근

낮은 PTH로 인한 골절 위험을 줄이기 위한 치료는 PTH 수치를 적절히 높이고 칼슘-인-비타민 D 균형을 회복시키는 데 중점을 둡니다.

  • 저칼슘 투석액 사용: 투석액 내 칼슘 농도를 낮춤으로써 혈중 칼슘이 투석액으로 이동하게 하여, 부갑상선에서 PTH 분비를 자극하고 뼈의 재형성을 유도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는 무형성골질환 환자에서 뼈 대사를 활성화하는 중요한 전략입니다.
  • 칼슘 및 비타민 D 보충: 혈중 칼슘 농도를 정상화하고 비타민 D 활성형을 보충하여 장에서의 칼슘 흡수를 촉진하고 뼈의 미네랄화를 개선합니다. 이 과정에서 PTH 억제 약물의 용량을 조절하거나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것도 고려될 수 있습니다.

결론: 투석 환자의 뼈 건강과 생존을 위한 PTH의 균형 잡힌 관리

부갑상선호르몬(PTH) 수치가 낮을 때 골절 위험이 증가하는 주된 이유는 뼈의 재형성 감소로 인한 무형성골질환 발생, 저칼슘혈증으로 인한 신경근육 이상 및 뼈 강도 약화, 그리고 비타민 D 활성화 장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투석 환자에서 PTH 수치를 권장 목표 범위인 150–600 pg/mL로 유지하고, 칼슘과 비타민 D 수치를 철저히 관리하는 것은 골절을 예방하고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의료진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이러한 복합적인 인자들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맞춤형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